4년에 한 번만 축구인 나라 : 중국전 야유 논란으로 보는 축구와 국뽕의 잘못된 결합

    서론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팀은 어딜까. 손흥민의 토트넘? 올해 우승팀인 서울연고 LG 트윈스? 내가 생각하는 답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다. 2002년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 4강의 기적으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가대항 스포츠는 축구가 되었다. 대표팀의 홈구장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수만명을 결집시키는 관중 동원력을 보여주는 최고의 인기팀이다. 

    하지만 국뽕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축구가 이용될 뿐, 실질적으로 축구라는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상하게 A매치 평가전, 월드컵, 아시안컵만 되면 너도나도 축구팬임을 자처하지만,  월드컵 16강 특수와 여러가지 요인으로 훈풍이 불어도, 1주일에 6일을 경기하는 KBO에게도 평균관중이 밀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에는 어처구니 없는 논란이 종종 벌어진다.

     

     

    돌아보기 : 한국 국대 유니폼 일장기 논란

    국대 축구를 즐겨보지 않더라도, 지난 벤투 감독의 가장 암울했던 시기 중 하나인 한일 친선전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유럽파 없이 국내파 만으로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처참히 패배했다. 하지만 이 때의 경기로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났었는지, 경기 종료 후 한국 유니폼에 일장기가 있는 것을 문제삼았다.

    조선일보 기사. 매체의 성향을 감안하면 일본 관련 논란에 이런 기사가 나오는 건 이 논란이 얼마나 컸는지를 간접적으로 증거한다.


    MDT라고, 특별한 경기에서 해당 경기가 개최된 장소, 날짜, 상대팀을 유니폼에 찍어 기념하는 일종의 축구문화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러시아에서 독일을 꺾은 카잔의 기적을 본 국민조차 기억못한다.

    https://blog.naver.com/terran4004/221429960569. 월드컵 독일전을 기념한 18 어웨이 MDT 부착 유니폼.

     

    문제가 되는 부분은, 축협의 행정적인 미숙이다. 우리만 MDT를 붙이고 일본은 무시한 탓에 먼 길 가서 우리만 박살나고 우리만 기념하는 폼 빠지는 모양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나 클럽대회 결승전이 아닌 이상 MDT를 붙이는게 일반적이지는 않고, 한일전이라 하더라도 평가전에 불과해 일본축구협회와의 협의 후 양팀 모두 MDT를 부착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MDT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이 논란이 발생한 기저에 깔린 생각들이 참 역겨웠다.

    경기는 졌고, 화풀이할 대상을 찾다가 눈에 띈게 우리만 박은 MDT, 국대 유니폼에 있던 일장기다. 뭔가 저자세로 일본에 굽히고 들어가고, 역사의 아픔을 공유하는 국민들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짓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축구의 문화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모르면서 목소리는 크게 내는 무지함에 한 번, 결국 일본에 대한 정서를 표출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가 축구였다는 느낌에 두 번 답답해졌다.

     

    2024 월드컵 예선에서 보여준 중국의 추태

     

    지난 11월 21일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중국 원정에 갔던 우리 선수들에게 녹색 레이저를 얼굴에 쏘던 중국 서포터즈의 무례하고 유치한 행동이 전파를 탔다. 이는 경기하는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는 걸 넘어서 잘못하면 망막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을 아주 위험한 행동이었다.

     

    경기는 깔끔하게 3:0으로 이겼고, 한국축구협회가 나서 이를 문제삼아야 했다. 그런데 엉뚱한 제3자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제3자 : 서경덕 교수

    서경덕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서경덕 교수가 중국전에 발생한 논란을 FIFA에 메일을 썼다고 한다. 무엇을 고발했는고... 하니 '레이저 테러'와 '애국가에 야유', 그리고 한국 응원단에 대한 욕설을 고발했다고 한다.

     

    서경덕 교수가 나서지 말았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레이저 테러를 제외한 나머지 2건의 항의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FIFA 규정으로 처벌할 수 없다.

    2. 그는 현장에 없었으며 주장의 근거는 오로지 중계화면 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현장에 있던 FIFA 경기감독관이 처리할 것이다.

    3. 이 문제는 서경덕 교수가 해결할 수도 없고, 나설 명분도 없다. 전적으로 축구협회의 몫이다.

     

    서경덕 교수는 어떤 사람인가?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신념이 강한 사람이다. 

     

    나는 여러 이유로 서경덕 교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내가 분노하는 점은, 축구에서 벌어진 논란은 그의 손에 들린 전리품이 되었으며 수많은 한국사람들이 축구, 그 중에서도 특별히 국대 축구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낄 자리가 아니라서 뺀 거지. 충분히 주제 넘었으니까 입 다물고 꺼지라고

    프로스포츠 산업의 본질을 고찰하는 명문으로 필독 추천.

     

     

    [장문]스포츠산업에서 클린팬문화는 존재할수 없습니다..

    또 클린팬문화로 불타오르기 시작한거 보고예전에도 했던말인데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우선 스포츠산업이라는건 태생이 클린팬문화를 만들수가 없는 산업입니다스포츠 산업의 기본은생산성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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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사에는 얼마나 많은 국가간 감정과 분쟁이 있나. 한일관계 뿐 아니라 최근 한국을 안보/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중국도 있고. 유럽에 가면 영국-프랑스 관계도 있다. 중국과 인도도 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브라질-아르헨티나, 아프리카에서 국경을 맞댄 수없이 많은 나라의 분쟁까지. 이 모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은 전쟁뿐일까?

     

    축구산업을 이끄는 유럽대륙은 과거 도시국가들 간에 전쟁을 수도없이 치르면서 지역에 대한 자부심, 고향에 대한 애착이 형성되어 현대까지 오고 있다. 그래서 자기 고향에 프로팀이 있기만 하면, 3부리그라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 이렇게 형성된 축구의 문화는 곧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다른 지역과 정정당당한 룰 아래 겨루는 훌륭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당연히 정치적으로 안좋은 국가끼리 감정이 안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스포츠 안에서 끝나야 할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이득을 보는 사람은 꼭 나온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발전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다.

     

    FIFA와 IOC는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를 강하게 적용한다. 

    국뽕으로 타오르는 '4년에 한 번만 축구인 나라'에게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는 올해 축구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인 FA컵의 4강전 일방적인 변경에 항의의 표시로 다음과 같은 걸개를 걸었다.

     

     

    역사적으로 많은 시련을 거친 한민족의 열등감의 화살이 가끔 국가대표를 통해 배출되는 말 들은 저급하고 유치한 광기로 느껴질 때가 있다. 사대주의에 찌들고 낡은 역사관에 갇혀서 축구와 국가와 본인을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너무 짜치지 않은가?

     

    역사적 감정에 기반한 타국에 대한 적개심 표출이나, Do you know Kimchi?와 같은 저급한 PR 없이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좋은 나라다.

     

    국뽕을 들이키는 수단으로써의 축구가 아닌, 내가 몸담는 나라의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다면, 축구에 관심을 조금만 더 가져달라. 

     

    유럽 국가대표팀 중 자국 리그가 약한데 최상위권을 유지했던 유일한 국가는 벨기에다. 케빈 데브라위너의 조국인 벨기에는 자국리그의 위상이 국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며, 역대 월드컵 결과도 FIFA 랭킹에 비해 그다지 좋지 않다. 팀 스쿼드의 대부분은 타국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벨기에가 강팀일 수 있는건 국가간 장벽이 높지않고 시장이 성숙한 유럽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 축구의 성장은 아직 세계적으로 강하지도 않을 뿐 더러,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만으로 23인 로스터를 채울 수 없다. 결국은 K리그에서도 선수를 차출할 수 밖에 없으며, 가장 약한 고리인 K리그 선수들의 수준이 오른다면 국가대표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K리그가 죽어도 재미없어서 못보겠다 생각이 들면, 꼭 K리그가 아니라도 괜찮으니 한국 국대 선수들이 뛰는 해외 클럽 경기에라도 관심을 가져달라. 토트넘, PSG, 뮌헨같은 월드클래스 클럽에 뛰는 선수도 있고, 세리에A를 제외한 5대리그에 우리나라 선수는 꼭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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