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을 위하여 졸업생이 돌아보는 UNIST

    들어가기 전에

    사람의 성격은 다양합니다. UNIST는 특수한 환경이기 때문에 성격에 따른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학교에 만족할 것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참고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사람들과 술 먹는 것을 적당히 좋아합니다. 술고래보다는 빼는 쪽에 가깝긴 합니다.
    • 클럽 등 유흥에 관심이 없습니다.
    • 한 번에 여러 일을 못하는 성격입니다.
    • 새내기 때 사람 만나고 활동하는데 관심이 있었지만 고학년이 되면서 내성적인 면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 자세히 보면 급한 성격이 드러나는데 멀리서 보면 게으르고 느긋합니다.
    • 여행을 매우 좋아합니다.
    • 주 활동 반경이 1km 이내입니다.

    구조적인 글 대신에, 학교가 가진 특성을 기준으로 장단점을 적어볼까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제가 느끼는 장점이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UNIST는 다른 학교와 무엇이 다른가?

    • 지방, 그 중에서도 광역시 외곽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학로도 없고 놀거리도 전무합니다.
      • +) 공부하기 좋은 분위기이며, 교내 활동이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바깥 사람을 못 보니 안에서 잘 뭉쳐서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것 같습니다. 캠퍼스 주위 라이딩/러닝 코스로 달릴 길이 많아 운동하기에 좋습니다.
      • -) 캠퍼스의 낭만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문화생활도 거리가 방지턱입니다.
    • 종합대에 비해 많이 작은 규모입니다.
      • +) 과장 좀 보태면 캠퍼스의 모든 사람을 두 다리 건너면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추상적인 '동문'의 느낌보단 '지인의 지인'으로 잘 뭉치는 느낌입니다. 지켜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공중도덕을 어기는 일은 자주 벌어지지 않습니다. 교내 커뮤니티가 작지만 매우 활발합니다. (자취생 택시 오픈채팅, 잉력시장, 유니스트 다판다 등)
      • -) 단점은 좁고 좁은 캠퍼스에서 소문이 빠르게 돌며, 서로 눈치보는 일이 많습니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쉬워서 소수의 의견을 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 연구중점대학이기 때문에 자대 대학원 진학 비율이 높습니다.
      • +) 저는 졸업하기 직전에 연구실 인턴의 기회를 얻어서 1년 동안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냥 신청기간에 수업을 듣고 있었던 교수님께 인턴하고 싶다고 말씀 드리고 난 뒤에 10분만에 연구실 자리가 생겼습니다. 저는 취업 준비를 위해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였지만, 학부생이 연구 맛보기에 이것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습니다. 취업을 염두에 두더라도 귀한 경험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 -) 최근 취업을 진로로 정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대학 커뮤니티 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취업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타 종합대 친구는 선배의 합격자소서, 취업 정보를 과 안에서 많이 나눈다고 들었지만 유니스트에서는 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조금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나마 최근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취업을 챙겨주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산학협력이나 인턴의 기회가 조금씩 많아지고 있긴 합니다.
    • 100% 영어수업
      • +) 졸업요건 중 영어공인성적 시험이 토익800입니다. 점수 자체는 엄청 높은 것은 아니지만, 모두에게 요구하는 점수로는 굉장히 높습니다. 놀라운건 영어성적에 졸업이 발목 잡히는 일은 드물게 발생합니다. 그만큼 정규과정동안 끝이 없는 영어수업과 영어발표로 단련이 됩니다. 학교 다니는 동안 영어공부를 따로 하지도 않았는데 7년 만에 친 토익시험에서 845점을 맞고 졸업에 골인했습니다. 
      • -) 평균적인 수험생은 영어로 말하고 듣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1-2학년 때 많은 고생을 하게 됩니다. 공부 양도 많고, 처음 보는 과목에 환경까지 바뀌니 많이 힘들긴 합니다.
    • 재정적인 지원이 많습니다.
      • +) 제가 졸업할 당시에는 평균 학점 3.1/4.3 이상 전액, 2.7이상 반액 장학금이 있었습니다. 전에 본 통계에서는 반액 장학금을 포함한 수혜 인원이 70%가 넘었습니다. 또한 학기 중 매달 13만원의 지원금이 통장에 현금으로 꽂히는 부분은 달달함 그 자체입니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과기원 중에서는 지원 규모가 높지는 않습니다.)
      • -) 여기에 단점이 있을까 싶지만, 공학/이학 진로를 벗어나서 의치한 혹은 다른 계열 학교로 반수/편입으로 빠질 경우에는 장학금에 따라 뱉어내야 하는 금액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직접적인 단점은 아니지만 울산 물가가 쎈 편이며 슈퍼마켓도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 금액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쿠팡을 많이 이용하세요!
    •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전공-

      • +) 제가 생각하는 UNIST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고3/N수생의 경우 대학의 네임밸류에 매몰되어 과보단 간판을 우선하여 지원하는 경우를 매우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본인의 흥미와 적성은 고려되지 않아서 편입/반수와 같은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던가, 혹은 의욕이 없는 상태로 어정쩡하게 졸업하며 붕 뜨게 될 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UNIST의 경우에는 1학년 자율전공 이후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며, 정원 제한과 조건이 없습니다. 전과와 복수전공에도 관대합니다. 심지어 경영->이공도 약간의 까다로운 조건이 있지만 타 종합대의 편입 등의 난이도에 비하면 매우 쉬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연한을 넘기지 않게 조심하는 것 만이 유일한 포인트입니다.

      • -) 정말 좋은 제도입니다. 단점이 없습니다. UNIST는 학생이 공부를 하고자 하면 장벽을 두지 않으며 매우 관대합니다. 
    • 개인주의적인 학교 분위기

      • +) 역사가 짧은 학교이기 때문에 구시대 악습이 없습니다. 과활동도 없습니다. 과거에 문제가 됐었던 똥군기 등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모든게 자유롭습니다

      • -) 동문 의식이 좀 약할 수는 있습니다. 저는 보통 유니스트 선후배를 학교 밖에서 만나면 잘 지내긴 하였습니다만, 흔히 말하는 명문대의 동문 의식보다 단단하지는 않습니다.
    • 기숙사 전원 지원
      • +) 신입생 때 동기들과 친해지기 좋으며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 결국 다른 사람들6~8명이 한 집에 살기 때문에 트러블이 나기 쉬우며 고학년으로 갈 수록 자취하는 비율이 늘어납니다. 타 과기원의 기숙사비와 비교하면 비싼 편입니다.

    결론 - 그래서 나는 만족했는가?

    유흥에 관심없고 여러 새로운 것을 해보기 좋아하는 환경에서 말씀드리면, 매우 만족합니다.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 짧게 말씀드리면 유니스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었고, 유니스트이기에 아쉬운 부분들은 성격상 감수하며 살거나 혹은 열심히 노력하거나 장점을 이용하여 극복하였습니다.
    다만 제 주위의 동기, 반수와 편입 등으로 떠나는 여러 사람을 봐오면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학교임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상기 언급한 단점들이 누군가에겐 치명적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동점수대의 타 대학과 비교하여 내 발목을 잡는 학교는 절대 아닙니다. 특수한 지위와 위치, 환경 등을 고려하여 여러 선택지 중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성했으며 꼭 유니스트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밑에 댓글로 궁금한 점 남겨주시면 아는 범위 내 성실하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여러분들이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을 즐거운 대학생활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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